연수후기

만족한 바기오 생활

Author
이재호
Date
2013-10-02 14:26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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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음 주 일요일이면 8주간의 바기오 어학 연수가 끝이 난다. 작년까지만 해도 김해여고에서 역사를 가르치다가 이번 해 교원대학교에 파견교사로 발령을 받아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덕분에 대학생들과 똑같은 방학기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두 달 정도를 그냥 무작정 쉬기에는 너무 길다고 생각해서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어학연수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어학 연수를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신경 쓴 것은 일대일 수업시간이 얼마나 많은가였다. 캐나다, 호주, 미국은 일대일 수업을 하기엔 비용부담이 너무 크고 커리큘럼 자체도 그룹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일대일 시간을 가장 많이 확보할 수 있는 필리핀 어학 연수가 나에게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매년 이맘 때를 생각해보면 고3 담임이라서 여름 방학은 쉬는 날이 없었다. 보충 수업과 더위에 한참을 씨름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래서 이번 해는 더위도 피할 겸 공부도 같이 할 수 있는 장소를 고르기로 했다. 검색을 하다보니 필리핀에서도 바기오라는 지역이 날씨도 선선하고 에어콘도 필요없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확실히 와서 겪어보니 에어컨보다 히터가 더 필요한 지역이 아닌가 한다. 이곳의 여름은 거의 한국의 초가을 날씨에 가깝다. 덕분에 언제나 평상심을 유지하고 차분하게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특히 주말에 여행을 다녀오거나 바기오 밖으로 나가서 필리핀의 일반적인 여름 날씨를 느끼고 오면 정말 바기오는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여기서 두 달 가까이 있으면서 생각해볼 때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바기오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의 교육 환경이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듯이 주변이 어떤 상황인가에 따라서 학습분위기도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볼 때 바기오는 교육도시답게 대학들이 많아 교사도 자체 수급이 가능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교사의 수준이 뛰어나다. 교육의 수준은 교사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도시와 다르게 치안도 안정되어 있다. 택시기사들도 친절하고 마닐라나 세부처럼 흉악 범죄가 일어나는 일도 거의 없다. 3일 휴가 동안 마닐라와 세부에 여행을 갔다오면서 느낀 것은 바기오에 유흥시설 특히 카지노가 없다는 점이다. 세부에서 만난 어학원생들이 자평하기를 세부는 공부도 하고 유흥도 즐길 사람들이 오기에 적절한 곳 같다고 했다. 그에 비하면 바기오는 정말 공부만 할 사람들이 오는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지역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통이 불편해서 바기오 밖으로 나가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고 여름엔 비가 자주 오는 편이라 날씨를 많이 타는 사람은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어학원에서 공부만 하겠다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단점을 굳이 찾자면 한국에서는 바기오 지역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인터넷으로 찾아 보지 않으면 이곳이 어딘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그런 점에서 바기오 학원 연합회에서 바기오 지역에 대한 더 많은 홍보를 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지역을 결정하고 다음으로 어학원을 선택할 때 고민한 몇몇 어학원이 있었지만 결국 에이플러스 어드밴스 어학원을 선택했다. 대형 어학원보다는 중형 규모의 어학원이 어학원생 관리도 잘 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학원을 다녀보지 못해서 비교를 하기는 어렵지만 2달 동안 지내는 동안 만족했고 불편함은 없었던 것 같다.

등록하고 보니 방학 기간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많았고 나이가 가장 많다는 이유로 배치메이트의 리더가 되서 좀 당황스럽긴 했다. 덕분에 여행계획을 짜고 어떨 땐 마치 수학여행 인솔 담당 교사가 되어야 했지만 돌이켜보면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볼리나오, 원헌드레드 아일랜드, 이토곤 온천, 산페르난도를 다녀 온 것이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겨울방학이나 틈나는 데로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역사유적과 세계 문화유산을 보고 다닌지 6년 정도가 된다. 해외 나갈 때 마다 영어 회화 실력이 뒷받침되면 훨씬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어학연수를 통해 특히 회화를 중심으로 수업을 들었다. 처음에 왔을 때 pre-intermediate 수준이었지만 일부러 inter2 레벨의 학생들과 수업을 들어보기도 했다.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꽤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3번에 걸친 프리젠테이션은 영어 말하기에 대한 자신감을 확실히 불어넣어 주었다. 3번의 발표를 전부 역사와 관련된 수업처럼 진행했는데 영어로 역사 수업을 하는 것도 한번 해볼만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어 일기쓰기 스터디 그룹도 만들어서 한달 정도 매일 영어 일기를 쓰기도 했다. 평일은 외출이 제한되고 9시까지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확실히 규칙적인 일기쓰기와 자율학습이 가능했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7시간 수업이 있고 프리 클래스를 3시간을 들으면 총 하루 수업이 10시간이지만 아침 잠이 많은 관계로 8시간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숙제와 자율학습으로 매일 2~3시간을 했으니 하루에 공부한 시간을 생각해보면 적은 양은 아닐 것이다. 몇 달 정도를 더 이런 생활을 유지한다면 영어 실력이 더 늘거라고 생각하지만 남은 기간이 이제 1주일도 체 남지 않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2달 가까이 어학원에 있으면서 이 곳에서의 식단을 평가해보면 꽤 만족스러운 편이다. 특히 주방장이 담그는 김치는 한국에서 먹는 것과 비해서 별 차이가 없었다. 물론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까다로운 사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좋았다

전반적으로 2달 간의 이 곳 생활에 평점을 매겨보면 A+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 곳에서 생활한 습관을 유지하고 영어 공부에 계속 신경을 쓰고 싶다. 2달 동안 이곳에서 편안하게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준 A+어드밴스학원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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